속초여행8-옛 미시령 길
Posted 2017. 3. 2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우리 동네 하남에서 설악산까지는 팔당대교 지나 양평-홍천-인제로 이어지는 국도가 편하다. 주말은 좀 막히지만, 평일엔 거의 고속도로나 진배없이 원활한 흐름을 보인다. 80-100km 정도를 유지하면 설악산까진 2시간 조금 더 걸리고, 속초까지도 2시간 반이 채 안 걸려 도착한다. 이게 가능해진 건 10년 전 설악산에 진입하는 길이 3.5km의 미시령 터널이 생겼기 때문이다.
급한 것도 아니고, 돌아오는 토요일 오후엔 이용하기로 하고 갈 땐 옛 추억도 더듬을 겸 미시령 옛길을 천천히 구비구비 돌아돌아 갈 참으로 들어섰는데, 통행을 전면 통제한다며 바리케이드가 쳐 있었다. 한겨울엔 폭설과 결빙이 염려되지만 춘삼월엔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안전상 터널을 이용하게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은 벌었지만, 전에 몇 차례 미시령 고갯길을 넘었던 기분은 아쉽게도 되살리지 못했다. 안개 자욱한 고갯길을 간이 콩알만해져 핸들 꽉 부여잡고 조마조마 느리게 오르며 안도하던 일이며, 고갯마루에 차를 대고 휴게소에서 차 한 잔 하면서 강원도 감자 먹던 기억들, 내려올 때 커브 타면서 더 긴장하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제 이런 기분은 대관령이나 한계령에서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설악산에 들어서서도 예전에 권금성 다니던 케이블카가 크고 세련된 최신형에 밀려 수명을 다하고 전시품의 일환이 된 모습으로 서 있었다. 40여년 전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타 봤을 테고, 90년대 초반에도 이걸 탔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크기만 다를 뿐 훨씬 오래 전에 서울 시내를 달리던 전차를 닮았다. 이래저래 설악산에서 뜻하지 않던 시간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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