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아보이는 순간
Posted 2015. 12.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검단산 정상 지척에 헬리콥터가 내리고 뜰 수 있도록 벽돌로 표시해 놓은 데가 있다. 넓진 않지만 정상과 비슷한 높이라 산 아래가 내려다 보이고, 등산객이 많이 몰리는 정상부가 번거로운 이들이 한가치게 앉아 쉬기도 하는 곳이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고 눈이 오는 날 이른 아침에 지나노라면 그리 높은 산이 아닌데도 나뭇가지에 상고대가 서려 있는 걸 볼 수 있는 위치다.
올해 마지막 검단산행이었을 지지난주 토요일 오후에 노랑이 둘이 그 자리에 다정하게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참 보기 좋았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으로 보였는데, 등산복을 커플룩으로 차려 입어 더 눈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림자까지 같은 색이었지만^^, 너무 똑같으면 재미 없을까봐 빵모자만 다른 색으로 쓰는 센스도 연출했다.
같은 차림으로 등산에 나섰으니 오르내리면서 제법 시선도 끌었을 것 같은데, 무슨 얘길 하는 건진 몰라도 조곤조곤 대화를 하는 뒷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정상에 올랐으니 잠시 숨 돌리면서 쉬는 시간인지라 딱히 긴한 얘긴 아니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부부로 보이니 그저 지난 한 해 살아온 이런저런 얘기며, 다가올 새해 얘길 두런두런 했을 것이다.
그림이 좋아 보여 몇 장 남기고 싶지만 사실 이런 장면은 찍기 쉽지 않다. 가까이 접근해 셔터 소리 내면 호젓한 시간을 갖는 이들을 자칫 방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이런 이들은 에티켓도 좋아 뒤에서 인기척이 나면 쉬려고 오는 발걸음인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양보할 게 뻔해 그림이 깨지기 십상이다. 그래도 눈에만 담아두기엔 아쉬워 먼 거리에서 지나가면서 급히 두어 장을 찍었다. 다행히 별로 흔들리지 않고 좋은 순간을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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