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커를 위한 고도계
Posted 2014. 3.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늘 지금 오르고 있는 이 지점이 어느 정도의 높이, 고도(altitude)가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물론 숨이 차고 땀이 나는 곳을 속히 지나 잠시 쉬었다 갈만한 바위나 능선을 만나야 할 수 있는 한가하고 즐거운 궁금증이긴 했지만, 산에 마련된 이정표나 정상석에 표시된 높이 말고는 따로 확인해 볼 도리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고도계(altimeter) 달린 시계를 하나 살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인데, 정작 아이폰을 쓰면서도 앱으로 찾아볼 생각을 미처 못하고 있었다. 지난주에 불현듯 있을 것 같아서 검색해 보니 당연히 십여 개가 있었다. 이런 아둔한 인사 같으니라고, 손안에 두고도 진작에 활용할 생각을 어찌 못했을꼬. 반가운 마음에 그 중 사용이 간단해 보이는(내겐 굉장히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두 개(둘 다 무료)를 다운 받아 설치했다.
고도계가 생기면 제일 먼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건, 점심시간에 다니는 모락산 사인암의 높이였다. 낮은 산이어서 정상에만 높이가 표시돼 있고, 중간중간 만나는 이정표들엔 진행 방향과 거리만 표시될 뿐 그 지점의 높이가 안 나와 있어 당연히 사인암의 높이도 확인해 볼 도리가 없었다. 지레짐작으로 산 정상이 384m니까 300-350m쯤 되겠거니 하고 있었다.
먼저 우리 사무실의 고도를 재 보니, 86m로 나왔다. 몰랐는데, 제법 높은 지역을 매일 다니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사인암에 올라 재 보니, 360m에서 370m 사이로 나왔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는데, 이 정도면 능선을 따라 10분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정상과 거의 비슷한 높이니, 모락산을 올랐다 해도 무방한 셈이었다.
이제 당분간 어느 산을 가든지, 아니 어디를 방문하든지 심심하면 아무 데서나 고도를 확인해볼 수 있게 됐다. 나로선 생각지 못하던 신나는 장난감이 하나 생긴 셈인데, 아주 정밀한 고도야 바랄 수 없겠지만(어차피 큰 의미는 없다), 내가 궁금해 하는 대충의 고도는 확인할 수 있게 됐으니 쾌재를 부를 일이다. 7월에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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