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캐년 트레킹3 - 도전! Angels Landing
Posted 2012. 8. 1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
자이언 국립공원은 앞에서 본 그랜드 캐년과 브라이언 캐년과는 달리 거의 경사가 급하고 험난해 보이는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비지터 센터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로 이동하기 전에 아까 사 두었던 Subway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다. 우리가 오르기로 한 산은 중간쯤에 있는 Angels Landing이란 예쁜 이름을 가진 험산이었다.
여행 나흘간 하루도 안 더운 날이 없었지만, 타는 듯한 한낮에 변변한 나무 그늘 하나 없고, 지그재그길이 수십 번 반복되고, 중간에 어떻게 피할 구석도 없이 바위 위에서 온몸으로 난데없는 비와 돌풍을 만나 위협과 공포를 느끼고, 철밧줄을 끝도 없이 붙잡고 올라가야 하고, 마지막 정상부에 이름에 나오는 천사가 없는 줄 알았더라면^^, 아마 안 올라갔을 것 같은, 그 산 Angels Landing으로 향했다.
등산로로 개방된 곳은 서쪽 능선인데, 2.5마일이니까 딱 4km 왕복 8km의 만만치 않은 거리다. 내가 보통 때 다니는 집앞의 검단산이나 팔당의 예봉산이 왕복 6km 안팎으로 2시간 반에서 3시간 거리니까 그보다는 조금 길고, 게다가 한눈에 보기에도 급경사에, 오후 3시 가장 뜨거운 시간대에 우린 얼떨결에 모자도 안 쓰고 이후 4시간 가까이 뙤약볕 산행을 해야 했다.
높이는 453m니까 높진 않지만 공원에서 발행하는 신문 <Map and Guide>의 하이킹 코스엔 상급 난이도인 Strenuous(격렬한) 코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 오른쪽 꼭대기에서 안으로 조금 들어간 데가 정상인데, 여길 가려면 왼쪽 산의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 올라가서 V자 형태로 움푹 들어간 협곡을 통과해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내내 양옆은 깎아지른 바위산들이었고, 어떤 곳은 좁은 낭떠러지 길을 통과해야 했다.
사실 Shiker님은 코스타 준비와 진행을 체크하느라 한 주간 내내 잠을 제대로 못잔 터에 장거리 운전하랴 안내하랴 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어서 갈 수 있는 데까지 동행하겠다는 걸 아래에서 쉬도록 하고 g하고만 오르기 시작했다. 저 길을 우리가 왔단 말이지, 하는 기가 막히고 끝내주는 꼬부랑길이었다. 거의 그늘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말 뜨거운 길이었다.
g는 1분 간격으로 물을 마시고, 5분 간격으로 여기까지만 할까요, 하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였다. 그랜드 캐년 여행한다고 따라왔다가 생고생하는 g가 애처롭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가자니 솔직히 아쉽기도 해서 조금만 더 가다가 정 힘들면 내려오자고 했다. 산행을 하다 보면 그냥 돌아서고 싶은 순간이 몇 번 생기는데, 십중팔구는 지금까지 올라온 게 아까워서 계속 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 가까운 법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실 거.에.여? g는 어떤 대답을 기대한 걸까? 정말 아무 생각없이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서 내려가도 된다는 말을 열 번 가까이 한 것 같다. 같이 내려가 주면 좋았겠지만, 뻘겋게 익은 얼굴에 오기랄까 가오가 남아 있었다.
썬크림을 바르지 않는 나나 잔뜩 바른 g나 살이 타다 못해 뻘겋게 익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한 고비를 넘기자 서로 사진도 찍어줄 여유가 생겼다. 이후 정상을 0.5 마일 남겨둔 스카우트 전망대(Scout Lookout)까진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면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타박타박 옮기면 몸이 따라가는 식이었다.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중간 전망대 격인 Scout에 이르렀다. 정상까진 8백 미터를 더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올라온 길은 뙤약볕만 없었다면 사실 그리 난코스는 아니었다. 이쯤에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 보였는데, 우린 잠깐 숨을 돌린 후에 계속 올라가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는 줄은 까맣게 모르고, 날씨가 갑자기 돌변해 정말 힘든 순간을 겪게 될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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