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태 뒤태
Posted 2012. 9.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태풍 산바가 올라오고 있다는 주말 뉴스에 주초 점심산책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 주일 늦은 오후에 검단산을 찾았다. 날씨는 흐려 있었지만, 컬러풀한 옷과 배낭을 맨 가을 등산객 무리가 속속 등정의 기쁨과 피로를 함께 보이는 얼굴로 하산길을 재촉하는 가운데 나처럼 한가치게 늦은 등산길을 시작한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등산로 초입을 지나면 개울이 나오면서 자갈이 깔린 완만한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수없이 이곳을 지나쳤으면서도 아무런 눈길을 안 주던 길가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모양의 바위가 앉아 있다. 몇 걸음 올라가서 뒤돌아 보면 그야말로 평범한 뒤태다. 그저 벌써부터 지친 이들이 잠시 걸터앉아서 계속 올라갈지 내려갈지 고민하기 딱 좋은 자리다.
언제나처럼 그냥 지나치려는데, 오늘 따라 앞태가 달라보였다. 담쟁이잎들이 바위 위를 수놓고 있었던 것이다. 특별한 모양새를 이루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모른 체하고 그냥 지나치긴 아까운 앞태였다. 처음부터 피어나진 않았을 테고, 바위의 경사면에 이끼가 생기고, 바람이 흙을 불러오고 빗물이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잎이 자라기 시작했을 것이다.
바위틈에서 싹이 피어나기 시작해 푸른 잎이나 작은 가지만 내도 신기할 텐데, 이렇게 열을 지어 나름대로 눈길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연출해내는 풍경이 신선했다. 날은 잔뜩 흐리고 간간이 가는 빗방울을 뿌려대 등산객들에겐 하산을 서두르게 만들고 있었지만, 이 바위와 잎사귀들에겐 또 다른 아름다움을 빚어낼 쇼 타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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