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휘어진 나무들
Posted 2024. 2.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검단산은 키가 크고 곧게 뻗은 낙엽송들(12/24/14)로 등산로가 수두룩빽빽한데, 개중에 부러지거나 꺾여서 휘어져 있거나 포물선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종종 보인다. 수직으로 서 있는 나무들 사이에서 수평으로 기울어 있는 나무들은 눈에 띄게 마련인데, 자칫 단조롭고 숨찬 등산길에 작은 발견과 위안이 되곤 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기울거나 쓰러진 나무들의 수평 각도에 따라 높이가 결정되는데, 길가에서 기울기가 작은 것들은 바리케이드처럼 쓰러져 있고, 기울기가 제법 되는 것들은 곁에 있는 나무들 여럿의 신세를 지면서 중간 높이까지 진출해 있었다. 쓰러진 친구들을 위해 곁을 내주면서 함께 풍경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의 우정이 아름답다.
어떤 것들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을 이루면서 마치 놀이기구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누가 저렇게 디자인했는지, 높은 구간의 기울기는 아찔해 올라가 본 이들은 함성깨나 지르게 만들 것 같다. 저 놀이기구의 임자는 다람쥐나 청솔모들일 텐데, 숲속을 가르면서 얼마나 스릴이 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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