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버들의 용호상박
Posted 2024. 10.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버드나무는 사철 푸르러 언제봐도 풍성한 느낌을 주는데, 한강변 산책로의 원주인 중 하나인 수양버들(4/1/23)은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서 치렁치렁 아래로 더 늘어지는 가지와 잎들로 산책객들에게 더욱 공손한 인사를 건네 온다. 이곳에 강변 산책로가 조성되기 이전부터 심기워 있던 이 나무들은 멀리서 봐도 거대한 맘모스 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마치 살아 있는 초식동물차람 거대한 체구로 큰 걸음을 내딛을 것만 같은 포즈인데, 어떤 구간에선 이 나무들의 군집이 마치 머리를 맞대고 용호상박 자웅을 겨루는 모양새를 하고 있어 볼 때마다 신기하다. 보기와는 달리 가까이 가서 손을 뻗으면 곧 닿으면서 간지럼을 태우는 순박한 친구들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저 앞에 있는 한강과 그 건너편 예봉산 줄기들을 가리우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는데, 장마철이면 밀려와 덮으려는 흙탕물과 쓰레기들로 홍역을 치르다가 또 물이 빠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툭툭 털고 일어서는 강인한 존재들이 산책길에 나설 때마다 친구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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