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의 발화 과정
Posted 2023. 7.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아파트 화초들 가운데 고추처럼 생긴 게 눈에 띄었다. 연두색과 주황색, 그리고 그 두 색을 한데 갖춘 것들이 아래를 향해 달려 있는 게 모양은 영락없는 고추 같았지만, 키가 너무 컸고, 고추가 심길 자리는 아니었다. 며칠 뒤 다시 보니 궁금증이 풀렸다. 그 중 서너 개가 말아 있던 잎을 펼치고 꽃을 피워낸 것이다.
화단 안쪽에도 있는 주황색 잎에 점박이를 하고 활짝 펼친 잎과 길다란 꽃술로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나리꽃이었다. 활짝 개화한 꽃은 여러 군데에서 여러번 봤는데, 이렇게 집앞에서 며칠 간격으로 발화 과정을 보여준 건 처음이었다. 아마도 출입문 앞에 서 있는 에어컨 실외기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리려고 경비 아저씨가 심어 놓은 게 아닌가 싶다.
지나다니면서 보게 되는 화단 안쪽의 나리꽃은 이렇게 벌어지기 전, 그러니까 고추가 달린 것 같을 때는 잘 눈에 안 띄었는데, 누군가의 수고로 흥미로운 발화 과정과 풍경을 관찰하고 목도하게 되었다. 다시 보니 나리꽃은 꽃도 화려하지만 가지도 길고 곧게 뻗어 꽃들의 풍경이 되어 주고 있었다. 꽃을 다 피워내기까자 두어 주, 꽃이 지기까지 또 두어 주 좋은 구경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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