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나를 찍어줘
Posted 2012. 5.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않아도 거울 앞에 선다. 올라오는 동안 바람에 휘날린 머리카락 매만지고, 흘러내린 땀으로
상기된 얼굴 표정과 옷매무새를 비춰보라고 누군가가 걸어놓은 얼굴 보는 거울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나도 얼굴과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데 이용하다가, 가끔은 거울에 비친 얼굴을
찍어보기도 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나오게 하려면 카메라를 밑으로 내려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카메라 LCD 화면을 바라보며 찍는 게 아니라, 감으로 대충 나오겠거니
하는 지점에 놓다보니 얼굴이 짤려 나올 때도 있고, 엉뚱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다.
이 지점에서 가장 간편하고 실감나게 찍으려면 카메라를 얼굴/눈 높이에 두고 정면을
응시하면서 찍는 것이다. 그러면 얼굴을 카매라가 가린 사진이 나오는데, 의도한 건 아니지만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작품 비스므리해졌다. 언강생심 마그리트 형님 동원하는 게
멋적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뭐 어쩌면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나 원래 주름이 깊게 패인
이마에 땀 흐르고 상기된 맨얼굴 보여주기보다 분위기만 전달할 수 있는 이런 사진이 더
보기 좋을 수도 있겠다. 지난 달에 갔을 때 때 마침 안개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니
뒷 배경이 뽀샤시 처리돼 은근 괜찮은 이미지를 보여드리게 됐다. 뭐 아니어도 할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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