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ystery of Life
Posted 2010. 9. 21. 09:25,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I'm wandering >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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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홍대 앞에 있는 복음과상황 사무실에 들렸다. 복상은 1995년 3월부터 2004년 1월까지 만 9년을 일하면서 3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을 보낸 곳이다. 신림동, 역삼동, 논현동, 자양동 사무실까지 네 곳에 있었고, 내가 그만 둔 후에도 두어 번 옮기고 지금은 커피밀이란 커피집 한 켠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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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점심 때 오랜만에 홍대 앞을 갔다. 전에 일하던 잡지사가 20주년을 앞두고 전직 편집장들을 초청해 환담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띵띵이란 중국집에서 먼저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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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띄어 사서 대충 훑어보고 한켠에 꽂아 두었다가 이번 주간에 다시 꺼내 보고 있는 책이다. 지난 주일 제직회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주일 오후에 열리는 목자큰모임은 일종의 결정적 순간이 될 가능성이 많고, 일 대 일 대화는 아니지만 다른 어느 때보다 무게가 실린 말을 주고 받게 될 것이기에 예방과 무장 차원에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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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1박2일 회의를 마치고 점심을 명동에서 먹을 계획이었는데, 한 사람이 요 바로 밑에 한국의 집이란 근사한 곳이 있다면서 가자고 해서 들렸다. 한옥마을과 붙어 있었는데, 외관부터 넓다랗고 근사했고, 내부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서빙하는 여직원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게 내외국인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줄 것 같았다.
우리가 먹은 건 난초정식인데, 점심치고는 약간 쎈 가격대였지만 자리값, 이름값으로 눈감아주기로 했다. 메뉴판 하단엔 저녁식사 메뉴가 있는데, 6만 8천원부터 25만원짜리 대장금 정식까지 5단계가 있었다. 접대용이 아니곤 입에 들어가기가 부담스런 가격대다. 아니, 누가 사 준다 해도 값을 알면 약간 또는 잠깐 어색할 것 같기도 하다.^^
난초정식은 죽부터 후식까지 10코스로 구성됐는데, 아쉬운대로 이 집의 풍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한 입 크기의 삼색밀쌈은 색과 모양이 이뻤다.
장어구이와 떡갈비찜은 맛은 좋았지만 딱 한 점씩이었다. 여성들에겐 괜찮겠지만, 최소한 두 점씩은 나오면 좋았을 텐데, 조금 인색했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신선로였는데, 가운데에 숯인지 달궈진 돌인지가 담겨 있어 다 먹을 때까지 열기를 유지하는 게 포인트 같았다. 웬만한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없어 신기했지, 내용은 뭐 별 거 없었다. 국물은 시원했다. 숟가락으로 열심히 퍼 담으니까 고깃국 비스무리 했다. 명일동 오부자집 어복쟁반 생각이 났다.
진지와 국은 이름에 비해 정말 평범하다 못해 초라했다. 공기밥과 배추국에 반찬이라고 나온 것도 문자 그대로 기본찬이다. 사진에 나온 김치와 물김치 외에 서너 가지가 코딱지만큼 나왔는데, 두세 젓가락이면 없어지겠더구만. 하남이나 백운호수에서 1-2만원 하는 한정식에 못 미쳐도 한참 못 미쳤다.
한국 자가 들어가니까 예전에 역삼동에서 일할 때 한국관이란 음식점에 들어간 일이 생각났다. 뭔가 있어보여서 들어갔는데, 이 집은 된장찌게였던지 기본 매뉴를 6천원 받았는데(10년 전쯤 일이다), 세상에! 밥값을 따로 받았다. 그것도 오곡밥이라며 2천5백원을. 왜들 장사를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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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전 늦가을 타이뻬이를 직원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둘째날 오후에 애프터눈티로 유명한 로즈 하우스에 들렸다. 한자어로 된 현지 이름이 있지만, 그냥 부르기 쉽게 장미원으로 통하는 집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국립사범대학 근처의 체인점.
외관부터 뭔가 있어 보이는 이 로즈 하우스는 안으로 들어서면 영국풍으로 잘 꾸민 화사하면서도 정중한 분위기가 대접 받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테이블보와 의자들, 메뉴책도 고급스럽고, 커피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아 여유 있는 실내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애프터눈티 세트를 시키면 이렇게 근사하게 나온다. 찻잔이며 주전자 모두 앤슬리 제품이란다. 와플과 스콘, 샌드위치와 쿠키와 함께 우아한 티주전자가 서빙되면, 시킨 사람은 귀족이 된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물론 그에 합당한 요금을 치러야 하지만.^^ 그래도 이 때만 해도 환율이 좋아 큰 부담 없었는데, 우리가 갔다오자마자 환율이 크게 올랐다.
이 집의 명물 중 하나는 프루츠티인데, 오렌지와 애플을 썰어 넣은 차 맛은 진하면서도 달달해 서로들 한 모금씩 마시고 싶어 했다. 대학로에 들어왔단 말을 들었는데, 검색해 보니 문을 닫은 모양이다. 만약 내가 다시 타이뻬이에 간다면 이 집과 훠궈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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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안양농수산물 시장이 있다. 과일, 야채, 수산물과 축산물 가게까지 다 있어 종종 마실 가곤 한다. 며칠 전부터 이번주에 이곳 주차장에서 전어 축제를 한다는 현수막이 군데군데 붙어 있어 금요일 점심시간에 가 봤다.
타이틀은 전어 축제지만, 소머리국밥부터 오징어 순대까지 이것저것 다 있다. 오늘의 미션은 전어를 먹는 것이기에, 구이와 튀김을 하는 곳으로 찾아 갔다. 수족관이 아닌 대형 바구니에 전어가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작은 채반으로 수북하게 퍼서 불판에 올린 다음 적당히 익으면 뒤집으면 되는 게 전어 구이다. 꼬치에 여러 마리 끼어서 숯불에 돌려가며 굽는 집도 있다는데, 여기선 볼 수 없었다.
구이 옆엔 튀김도 있는데, 구이가 냄새로 발길을 잡아 끈다면, 튀김은 바삭바삭하는 소리로 호객하고 있었다. 전어가 생선 치고는 작은 편이어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니 좀 더 커 보이고, 수북하게 쌓아 놓고 우선 시각적으로 자극하고 있었다. 전어회는 바로 옆 수산 시장에서 Kg으로 사 와야 했고, 몇 집은 전어 무침도 내고 있었다.
구이와 튀김을 한 접시씩 시켜 정신 없이 뜯었다. 나무 젓가락으로 가시를 발라내던 직원들이 내가 양손으로 뜯으면서 뼈째 씹어 먹는 걸 보더니 하나 둘 따라 한다. 크기가 작아 제대로 발라내다간 남는 게 별로 없고, 가시나 뼈나 다 씹을 만 했다. 넷이 먹었는데, 둘은 튀김이, 다른 둘은 구이가 맛 있다고 편이 갈렸다. 로즈매리가 종종 생선구이 타령을 하는데, 이거 보고 가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체 하고 마실이나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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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 시간에 모락산을 한 바퀴 돌았는데, 등산로 대부분이 벌써 11월이라도 된 듯 태풍에 떨어져 나뒹굴다 말라버린 낙엽들로 거진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9월초의 등산로 풍경이 아니었다.
이번 태풍은 아름드리 나무들을 사정 없이 강타해 이렇게 뿌리를 드러낸 게 어제 한 시간 남짓 본 것만 십여 그루가 넘었다. 여간해선 흔들릴 것 같아보이지 않던 나무들인데, 맥 없이 쓰러지고 뽑혀 있으니, 참 무서운 게 자연현상이다.
숲으로 쓰러진 것들이야 한 번 봐 주면 그만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다니는 길가로 쓰러져 있는 나무들은 피해 가거나 건너 가야 한다. 군데군데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 아쉬었지만, 이참에 천자문 다시 한 번 해 본다. 석 삼이다.
수풀 림이다. 개중엔 그나마 볼 만하게 쓰러져 있는 나무도 보인다. 평상시엔 저런 구도가 나오지 않는데, 흔들려 넘어지다가 옆에 있던 나무에 걸려 잠시 그 품을 의지하는 것 같았다. 몇 걸음 더 와서 올려보니 그 와중에도 열 십자 형상을 하고 있다. 철거반이 교회 다니는 이라면, 이 나무는 그냥 이대로 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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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살던 농부 하나가 산 넘고 강 건너 먼 마을로 유람을 떠났다.
이른 나이에 마을 지도자가 된 농부는 산천경치 다르고 물 다른 곳에 머물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동안 그 마을이 썩 마음에 들었다. 겉으로 봐선 이렇다 할 특색이 없는 마을이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혈색이 좋고 친절해 농부는 짧은 기간 머무는 동안 어느새 마을의 물색에
흠뻑 반해 버렸다. 농부는 그 마을의 촌장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면서 그 비결 중 하나가
생전 처음 맛본 귤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기 마을에선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오륀지 귤은 적당히 달기도 하고 시기도 하고
씹으면 물도 많이 나와 농부는 이번 기회에 종자를 얻어가 자기 마을에 보급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다행히 귤 농장의 촌장은 후덕하고 지혜로워서 먼 데서 와서 자기 마을에서도
귤 농사를 한 번 해 보겠다는 젊은 농부를 기특하게 여기면서 손수 비법을 전수해 주고,
마을의 다른 농부들과 함께 전폭 지원하겠노란 언질도 주었다.
잘 익은 귤과 종자를 품에 안고 싱글벙글 의기양양 자기 마을로 돌아온 농부는
가까이 지내던 이웃을 불러 귤 맛을 보게 한 후 우리 마을에서도 귤 농사를 한 번
해 보자고 설득했다.
그 마을은 전통적인 벼농사를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과수원을 할 만한 풍토도
아니었다. 물도 다르고 기후가 달라 거기처럼 귤이 잘 나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었고,
귤 농사를 하게 되더라도 모든 농가가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일단 시범적으로 몇 집이 해본
다음에 결과를 보고 마을 전체로 확대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귤 맛에 흠뻑 취한 농부가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 있게 나오고 새로운 걸 한 번 해 보자는 용기가 갸륵해 보여
큰 고민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과일이라곤 사과와 배밖에 모르던 마을에서 귤 맛을 본 이십여 농부들이 함께
해 보겠다고 나서 사사절(四四節)에 드디어 밭을 갈고 고이 가져 온 종자를 심으면서
귤 농사를 시작했다. 농부는 이참에 마을 이름도 바꾸자면서 귤 마을이란 약간 우스꽝스런
이름을 마을 입구에 크게 써 붙였다.
워낙 뭔가를 새로 해본 적이 없는 조용한 마을에서 귤 농사는 마을의 분위기를
일신하면서 착착 퍼져 갔다. 원조 귤 농부 격인 촌장도 몇 차례 방문해 격려하고
지원하면서 첫 한두 해는 기대했던 이상의 소출을 거둘 수 있었다. 귤 농사를 도입한
농부는 으쓱해졌고, 곧 이웃 마을들에 소문이 나기 시작해 자천타천으로 귤 전도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농부는 앞뒤 계산을 치밀하게 하는 이가 아니어서 일단 귤 농사를 시작하면
다 잘 될 줄 알고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불철주야
귤 농사를 독려해야 할 농부 자신은 직접 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딴 사람들에게만
열심히 하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세 해쯤 되기 시작했을 때,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귤이 처음 맛본 것과 색깔과 당도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하고, 너무 신 맛이
강해 못 먹게 되는 무늬만 귤이 나오기 시작하고, 추수철이 됐는데도 노랗게 되기는커녕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시든 귤 나무가 속속 나오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워낙 마을 분위기가 귤 농사 일변도라 불만을 꺼낼 수 없던 이들 가운데
몇몇은 한밤중에 짐을 싸 소리 소문 없이 다른 마을로 옮기기에 이르렀고, 사람들은
대의를 위해 안타깝지만 쉬쉬 하고 넘어가 주었다. 귤 전도사 농부는 이런 사람들을 두고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야지, 하면서 애써 모른 척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귤 농사를 함께 시작한 농부들은 종자나 농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당신이 도입했으니 어떻게 문제점을 개선해 보라고 촉구했지만, 이미 귤 전도사로
각광 받기에 이른 농부에겐 쇠귀에 경 읽기였다. 그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마련해
보자는 농부들의 간절한 열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 네들이 열심히 안 하는 탓이다,
내가 본 귤 농장 사람들은 달랐다는 말과 함께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였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눈 딱 감고 삼 년만 귤 농사를 전력을 다해 해 보자는
농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마을 사람들은 삼 년이 지나고, 오 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농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하기에 이르렀다.
이젠 귤 농사만 아니라 농부가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는
냉소적인 기류를 형성하면서, 애시당초 호미로 막을 수 있던 일을 이젠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귤 농사가 도입된 지 오 년이 지나면서 귤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는데, 맛을 본 이들은 모두들 떫어하고 지독한 신 맛에 퉤퉤 뱉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에 이르렀다. 마을 원로들은 이 열매가 처음엔 귤이었는데, 황하를 건너오면서
탱자가 됐다고 하면서 원래 농사는 기후와 풍토가 맞아야 하는 법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귤 마을은 귤 농사를 도입한 지 칠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귤이다 탱자다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귤 농사에 학을 떼고 넌저리가 난 농부들 가운데는 이젠 귤의 ㄱ자만 나와도
치를 떠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중엔 아예 귤농사를 하지 않는 다른 마을로 집단 이주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들도 생겼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쉽사리 옮기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세월만 축내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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