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개천안 솟대거리
Posted 2011. 8. 2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충주호 리조트에서 차로 5분 정도 더 가면 동량면 개천안(開天安) 솟대터가 나온다. 3-4미터쯤 되는 긴 장대에 나무로 만든 여러 가지 새 형상을 볼 수 있는데, 그 역사적 기원과 민속적 가치에 대한 안내를 잘 해 놓았다. 수십여 종의 솟대를 한곳에 모아놨는데, 전시된 것들마다 기증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걸로 봐 오래 전에 만든 것들이라기보다는 근래에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전까지 솟대는 마을의 안녕이나 풍년 등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 입구나 중앙에 세운 것으로만 알았는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과거급제자나 효자, 효부 등이 나왔을 때 그들을 기리기 위한 일종의 세리모니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일종의 열녀비 비숫한 기능도 한 것 같다. 기러기와 오리가 주로 많이 새겨졌고, 마을에 따라 다른 새들도 내세웠다고 한다.
목각으로 새긴 다양한 새 형상도 흥미로웠지만, 땅을 파서 세워 놓는 장대가 열이면 열 모두 제각각 달랐다. 여기야 이렇게 솟대거리를 조성해 놓았지만, 마을에 하나나 많아야 두세 개 정도 있었을 테니 다 그 마을에서 나는 나무를 골랐을 것이다.
요즘 같으면 금속이나 단단한 재질의 폴대를 이용하면 되지만, 옛날엔 산에 가서 곧고 길면서도 너무 두껍지 않은 장대를 고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했을 것 같다. 나무를 고르는 눈, 깎고 다듬는 손, 끼워 맞추는 재주, 정성을 모으는 마음 등이 결합된 만만찮은 노동이었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솟대를 쳐다보다가 문득 출애굽 노정에서 모세가 만든 놋뱀을 쳐다본 사람들 생각이 났다. 그들이 간절한 염원으로 바라봤듯, 이 솟대를 쳐다보는 이들도 제법 경건한 맘으로 올려봤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금방이라도 날개를 푸드덕거리면서 날아오를 것같은 당당한 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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