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규가츠
Posted 2017. 3.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작년 봄 오사카에 갔을 때 저녁시간에 길게 늘어선 줄에 한 시간 넘게 서 있는데도 차례가 오지 않아 결국 아쉽게 발걸음을 돌린 적이 있는데, 모리모토란 규가츠집이었다. 도대체 뭔 음식이기에 이리도 줄이 길담 하면서 돌아섰는데, 집앞 스타필드에 규가츠 하는 집이 역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하여튼 갈 때마다 대기줄이 꺾어질 정도로 길어 아예 그 근처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토요일 정오 전에 서둘러 마지막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규가츠는 돈가츠와 재료만 다르다고 보면 되는데, 규(牛)는 쇠고기를 말한다. 품질 좋은 일본산 소고기를 와규(和牛)라고 부르는데, 그런 괜찮은 소고기에 튀김 옷을 입혀 미디엄레어 정도로 튀겨낸 것이다. 오픈 주방에서 작업하는 걸 볼 수 있는 다찌도 있지만, 그쪽 좌석이 따로 있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도회적인 인테리어다.
살치살 130g과 160g 짜리를 고르게 돼 있는데, 맛은 있지만 그림과는 달리 둘 다 성인 남성이 먹기엔 조금 부족해 보였다. 한 장 더 나와 200-250 g 정도는 먹어줘야 간에 기별이 올 것 같은데^^, 물론 그러면 그만큼 값이 뛰는 문제가 생긴다. 가늘게 썬 양배추와 밥이 함께 나오지만, 어쨌든 고기는 마구 흡입하지 말고 리타르단도(Ritardando)로 아껴 먹어야 할 것 같았다.
테이블마다 흘린 한자가 새겨진 시커먼 사각 그릇이 놓여 있는데, 고기를 은은하게 더 구울 수 있는 개인 화로였다. 나오는 대로 그냥 먹어도 무방하지만, 아무래도 미디엄레어에 익숙치 않은 이들은 조금 더 구워 먹는 것 같았다. 썰려 나온 고기 단면들이 촉촉해 보이는 게 마구 식감을 자극하는데, 소금이나 반숙 계란 등 여러 쏘스를 찍어 먹어도 되고, 그냥 생 와사비를 조금 얹어 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도 좋았다.
일본애들은 밥공기 안쪽에도 모시모시 한자와 일본어를 싯구인양 새겨 넣어 멋을 부리곤 하는데, 웃으면 복이 오고, 이 그림을 보면 모두 웃어주라는 말 비스므리했다. 그런데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다 먹고나서 보니 우연히도 다른 사람 밥공기엔 없고 내 그릇에만 부엉이 그림이 숨어 있었다. 돈 내는 사람을 알아보는군 싶었는데, 깜짝쇼로 이 그림이 나오는 손님에겐 고기나 한 덩어리 더 주는 서비스면 끝내 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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