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로, 직선로
Posted 2013. 8.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전엔 산에 오르는 일은 여러 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각자 알아서였을 것이다. 가령 커다란
바위나 암벽을 만나면 그쯤에서 내려오거나, 중도에 미끄러지거나 떨어질지 몰라도 그냥
올라가 보든지 했을 것이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어렵고 위험한 코스엔 안전하고 수월한 새 길이 생겼다.
조금 돌아가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산행을 계속하도록 우회로(迂廻路)가
조성된 것이다. 등산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산도 몸살을 앓기 시작하자 어떤 코스는
아예 이용하지 못하도록 일정 기간 막거나 폐쇄하면서 보호하고 다른 우회 코스를 열어
놓는 곳도 생겼다.
우회로 표지를 보면 대개는 그 안내를 따르지만, 눈앞에 보이는 직선로, 그러니까 바위를
타고 그냥 올라가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경험이나 실력이 많거나 용기가 많은 이들인데,
아예 철책을 쳐서 접근을 불가능하게 하지 않는 한, 가 보겠다는 개인의 시도를 막을 수도
없고, 막을 필요도 없을지 모르겠다. 실력만 있으면 시간도 단축할 수 있고, 그만큼 누리는
쾌감도 클 것 같다.
내 경우엔, 우회로는 거의 무조건 순순히 말을 듣고^^, 심지어 직선로와 우회로가 함께
나오는 경우에도 열에 일곱 여덟 번은 우회로로 돌아갔던 것 같다. 뭐 크게 바쁠 것도 없고,
안전하게 다니자는 주의지만, 아마도 굳이 모험을 감행해 보려는 용기가 부족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가끔은 그냥 바위 위로 올라가 볼까, 직선로라 해도 뭐 별 거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약간의 일탈을 시도할 때도 있지만, 이런 일은 거의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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