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Posted 2016. 7.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어느덧 6말7초가 되면서 한 해의 절반이 저물었다. 이맘때쯤 거니는 산길은 짙푸른 녹음(綠
한창인데, 산길 초입부터 무성하게 자란 이파리들과 빽빽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을 예고한다. 하지가
지나면서는 웬지 숲색도 푸르다 못해 조금은 어두워진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 어두울 陰 자를 쓰는지
모르겠다. 아직 주구장창 뜨거울 칠팔월 본격적인 여름이 남아 있지만, 어쩌면 나무들은 벌써부터
낮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나 보다.
평지를 걸을 때는 괜찮지만, 경사가 있는 산길을 오르다 보면 땀도 나고 습기도 높아 다른 때보다
쉽게 지치게 되는데,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고개를 들고 나무 꼭대기를
올려다 보는 것이다. 키가 큰 나무들 한가운데로 보이는 하늘이 그리 시원해 보일 수가 없는데,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의 이파리들로 촘촘하고 빽빽하게 채워지던 게 나뭇가지들이 못 미치는 꼭대기 부분에서
마치 숨통을 트여주듯 하늘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온통 여름 투성이인 이파리들 사이로 아무 것도 달리지 않고 가느다란 가지들만 삐죽 솟아오른
나무가 머리를 디밀고 있었다. 자기마저 이파리들을 달았다간 하늘을 온통 가리게 될까봐 민머리를
하고 있었다. 낙엽들이 지고 겨울이 되면 거의 모든 나무들이 이렇게 실핏줄 모양이 되지만, 한여름에도
이런 나무는 흔치 않다. 숨통이 트이니 기분이 좋아져서 줌을 조금 당겼더니, 하늘이 더 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