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산행 파트너, 얼린 물
Posted 2013. 8.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요즘 같이 더운 여름엔 시원한 500ml 생수를 한 병 준다. 운전하면서 갈증도 해소하고,
신호 대기 중엔 무료함도 잠시 달래준다. 딱히 마실 필요를 안 느낄 땐 오픈하지 않고
들고 가서 냉동실에 넣어두는데, 이게 주말산행에 요긴한 파트너가 된다.
꽁꽁 얼어붙어 마시려면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하지만, 배낭 옆주머니에 넣고
산을 오르다 보면 조금씩 녹기 시작해 중턱쯤, 그러니까 호흡이 가빠지면서 시원한
물 생각이 간절해질 때쯤, 아주 절묘하게 1/3쯤 녹아 두세 모금을 벌컥벌컥 들이키게
만든다. 꽁꽁 얼었다가 녹은 생수는 안 마셔본 사람은 그 기분을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상쾌하기 그지 없는데, 한여름 산행은 이런 냉수맛에 더 특별해지는 것 같다.
얼린 생수는 녹기 전에도 제법 큰 역할을 하는데, 생수병 표면에 차가운 물기를
배출하면서 등산용 손수건으로 감싸쥐면 잠시 후 냉타월로 만들면서 얼굴과 목에 흘린
땀을 닦아주고 식히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그냥 닦아도 되지만, 냉기가 살짝 전달되면서
닦아주면 상큼해지면서 다시 힘을 내 계속 올라가도록 도와준다.
정상에 오르면 반이나 2/3쯤 마신 상태가 되는데, 병 안에는 여전히 제법 굵은 얼음
기둥이 남아 있다. 집에서 들고 나온 지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쯤 지나도록 완전히 녹지
않았으니 얼마나 꽁꽁 얼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얼음 기둥이 가늘어져서 쏙 빠져 나올
때까지 아낌없이 마셔주고 숨을 돌린 다음 작은 책을 꺼내 한 챕터 정도 읽어주고 일어선다.
다른 산에선 가능하지 않지만, 검단산에 갈 땐 이 생수병의 마지막 용도가 아직
남아 있다. 정상에서 15분쯤 내려가면 곱돌약수터가 나오는데, 여기서 빈 병에 시원한
약수를 한 병 가득 담아 오는 일이다. 산 중턱의 약수라 더 시원하고 맛있는데, 저녁식사 후
커피 내릴 때 써도 좋고, 다음 산행을 위해 다시 냉동실에 넣어둬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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