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절터
Posted 2013. 5.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심산유곡(深山幽谷)까진 아니어도 도봉산이나 북한산 같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산에 갈 때마다 골짜기 요소요소에 절간 - 절이나 절터, 산사로 써도 되지만 절간이란 말이 더 편하고 정감이 느껴져 이리 쓴다 - 이 들어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굳이 심산유곡이 아니더라도 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절이 있고, 번듯한 절이 아니면 하다 못해 암자라도 자리 잡고 있다. 산 초입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절은 꽤 높고 깊은 산중에 터잡고 있다.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종교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산에 갈 때마다 정말 절묘한 곳에 터를 잡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데, 도봉산만 해도 꽤 많은 절간이 들어서 있다. 일일이 가서 확인하지 않더라도, 등산 안내판이나 지도만 한 번 봐도 두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데, 하나 같이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다락능선에서 포대정상 가는 길에선 도봉의 이름난 봉우리들을 올려보게 되는데, 눈을 조금 아래로 돌리면 산중에 있는 절, 산사(山寺)가 저 멀리 들어온다. 망월사(望月寺) 같아 보이는데, 한 눈에 보기에도 절묘한 자리라는 걸 알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자리에 터를 내리면서 산 풍경을 크게 해치지 않고 산과 하나가 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5월 중순의 석탄일을 앞두고는 한 달 전부터 산사 앞은 물론 거리에도 연등을 다는데,도봉산 만월암(滿月庵) 주변에도 오색 연등을 길게 달아놓았다. 전통적인 오방색(五方色)과 약간 차이가 나는데, 색깔마다 의미가 있을 듯 싶다. 불교도들에겐 의미 있는 행사겠지만, 비교도 입장에선 조금 요란하게 알리는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교회가 어떤 행사를 하거나 펼침막을 걸 때도 자칫하면 비슷한 공격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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