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면에 21행은 조금 심했다
Posted 2013. 3. 27.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요즘 들어 부쩍 책을 내기 시작한 나들목교회의 김형국 목사 책이 새로 나왔다. 세월이 하수상해 제목부터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교회 안의 거짓말>. 설교도 잘하고 글도 어느 정도 쓰기 때문에 이 저자가 앞으로 내는 책들에 대한 안팎의 기대도 크고, 가능성도 보이는데, 책을 주문해서 읽다가 조금 아쉬운 느낌을 받게 됐다.
김영사의 기독교 임프린트인 포이에마(하나님의 걸작이란 뜻이다)가 만들었는데, 문제는 한 페이지에 21행밖에 안 되게 배열했다는 것. 조금 더 큰 폰트와 널널한 행간을 원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21행은 조금 심했다. 학술적인 책도 아니고, 특별히 읽기 어려운 책도 아닌데 이렇게 만들면 내용을 떠나 가치가 떨어진다. 소제목도 두 줄로 쓰면서 위 아래 스페이스를 너무 주는 바람에 빈 공간이 너무 많아 보인다.
작년에 같은 출판사가 낸 같은 저자의 <교회를 꿈꾼다>는 그래도 23행은 됐다. 단행본 사이즈에 23행도 사실 꽤 널널한 레이아웃인데, 여기서 두 행을 줄여버리면 참 난감해진다. 가독성 운운하기 전에 책이 품위가 없어 보이고 싸 보이면서 제 돈 내고 사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예전에 규장이 본문 행수를 줄이기 시작해 요 근래엔 두란노가 맞장구를 치더니, 포이에마까지 이러면 피곤해진다. 만약 서점에서 직접 봤다면, 나는 단연코 이런 책은 사지 않았을 것이다.
폰트 크기와 글줄 길이, 행간, 행수 등 편집 디자인은 출판사마다 고유한 출판 철학을 반영하는 개성 같은 것으로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독자 입장에서 이왕이면 좀 더 신경 써서 산뜻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책을 대하고 싶은 마음이야 내남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같은 21행, 아니 그보다 행수가 적어 20행인 책일지라도 책에 따라서는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두어 주 전에 문학동네에서 막 나온 정수복의 <책인시공冊人時空>은 책에 대한 주옥 같은 에세이를 모은 것으로 전통적인 빽빽한 레이아웃보다는 이런 편집이 오히려 읽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소제목 윗칸을 두 행씩이나 떼서 휑하게 만들 필요까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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