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과 속살
Posted 2011. 9.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계원대학에서 백운호수 내려가는 언덕에 카르페 디엠이란 레스토랑이 생겨 직원들과 함께 점심때
한번 가봤다. 수제돈까스와 크림파스타 중 선택하고 마늘빵과 맛이 특이했던 스프를 주고, 디저트로
커피를 내는데 점심특선으로 만원이다. 음식은 무난했고, 그런대로 값을 하는 것 같았다.
식사 후에 나온 커피잔 안쪽이 파스텔 컬러로 예쁘장했다. 이런 게 자칫 색이 잘 안 나오거나 너무
진하거나 하면 싼티, 촌티 나기 십상이고, 너무 흔해 보여 쉽게 물리는데 봐줄 만했다. 다른 컬러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 색만 모아놔도 그림이 됐다. 맛은 어땠을까.
내 앞에 놓인 건 그중에서도 핑크색잔이었다. 가만 보니 나보다 먼저 창밖의 나뭇가지가
커피맛이 궁금해 입을 대다가 그만 커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 정도로 맛있진 않았지만,
나뭇가지의 장난에 장단맞춰 후루룩 마시면서 슬슬 몰아냈다. 손님을 잘 만난 커피잔이 본래의
모습 그대로 속살까지 보여주는 서비스를 했다. 살짝 부끄러워 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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