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그림을 허하라
Posted 2014. 5.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아무런 단장 없이 매끈한 무채색 민낯으로 등산객을 맞는 바위들도 있었지만, 둘이 잘 어울려
보이면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한국화라고 우길 수도 있고, 서양 추상화라고 우겨도 될 정도로 너른
바위를 화폭 삼아 자유자재로 뻗어가고 있었다. 아니, 힘차고 풍성하게 뻗어나가는 건 여름이나
가을 같은 계절의 몫이었다면, 겨울과 봄엔 이렇게 바짝 마른 듯 엉겨달라붙는 게 이들의
특기인가 보다.
회색조의 바위와 마른 담쟁이 컬러가 비슷해 구분이 잘 안될까봐서, 아래쪽은 이끼가
암녹색 그라데이션으로 묵직하게 받쳐주었다. 지금은 바짝 말라 있지만, 남아있는 잎 색깔로
봐서 여름엔 바위 전체를 무성하게 덮었을 것 같고, 가을엔 단풍이 들어 제법 고왔을 것 같다.
물론 한겨울엔 아예 흰눈으로 두껍게 덮였을 테고.
바위는 사면이 서로 다르게 생긴 것처럼 바위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들이 연출하는
그림도 비슷한듯 하면서도 면마다 조금씩 달랐다. 마치 이 커다란 바위를 한 면씩 맡아서
남종화 6대가가 개성 있게 붓을 놀린 것 같기도 했고, 암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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