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사진, 가로 사진
Posted 2014. 9.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남한산성 벌봉에 올랐다. 은고개에서 벌봉 가는 길은 등산보다는 산책하는 느낌을 주는데,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이 부실 정도로 햇볕이 좋았다. 산성 성곽이 보이면서 시야가
탁 트이기 시작했고,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이 청량감을 더해주었다.
주변 나무들에 비헤 키가 큰, 기린처럼 길쭉한 나무 두 그루가 눈길을 끌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생긴 게 아니라, 산성을 오르내리는 이들에게 시야를 확보하게 하기 위해 아래와 중간에
있던 가지들을 잘라내 그리 보인 건데, 중간쯤에서 X자로 교차하면서 위에서는 한 나무처럼
보였다.
아래쪽에서는 거의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나무는 가까이 가서 걸어보니 실제로는
꽤 간격이 있었다. 같은 수종일 뿐 전혀 닿아 있지도, 교차하지도 않는 별개의 나무였다.
거 참 신가하다, 하면서 앵글을 가로로도 해 보고, 세로로도 해 봤다. 화면에 들어오는
높이와 각도가 달라지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사진이 됐다.
아예 하늘 쪽으로 좀 더 높이 들고 나무보다 구름이 더 나오게 찍으니 또 풍경이 다르다.
화면을 구름이 풍성하게 채우는 게 좀 더 시원한 사진이 나왔다. 아예 근처에서 한두 시간
자리를 잡고 나무와 하늘과 구름과 놀면 시시각각 변하는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사진 찍으러 온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면 괜히 똑딱이 연장 탓 하겠다 싶어
산성 안으로 들어가 성곽을 따라 벌봉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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