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 서울성곽 나들이
Posted 2012. 3. 2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주일 오후 초봄 서울길 산책 시리즈 3탄으로 동대문역에서 시작하는 서울성곽 낙산공원 길을 걸었다. 이대병원 옆 창신동 골목길 방향으로 성곽을 왼쪽으로 끼고 오르막길을 10여 분 걷고, 짐승이나 작은 수레 정도가 지나다녔을 암문(暗門)을 통과한 다음엔 오른쪽으로 끼고 천천히 걷노라면 봄이 오는 하늘과 언덕배기에 빼곡히 자리잡은 주택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낙산(駱山)은 종로구와 성북구의 경계를 이루는데, 조선시대 한양을 둘러싼 내사산(內四山) 중 하나이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쪽의 북악산(342m), 서쪽의 인왕산(338m), 남쪽의 남산(262m), 그리고 동쪽의 대표선수가 바로 낙산인데, 높이는 가장 낮은 125m. 산 모양이 낙타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낙타산 또는 낙산으로 불렀다는 유래가 재미있다.
서울 성곽(城廓)은 내사산을 연결해 쌓은 높이 12m, 둘레 18km쯤 되는 성곽인데,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다음 20만 명을 동원해 쌓았다고 한다. 시대별 성곽 축조기법 설명이 흥미로운데, 남한산성 가서도 확인해 봐야겠다. 그 중 내가 간 동대문에서 혜화문 구간은 2.1km에 걸쳐 산책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성곽길을 걷다 보면 서로 다른 두 풍경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멀리 그리고 넓게 보이는 서울 풍경으로 그 중심은 산이다. 멀리 북한산과 인수봉까지 보여 서울이 산으로 둘러싸인 큰 도시란 걸 새삼 느낄 수 있다. 멀리서 넓게 보는 서울은 시원하고 깨끗해 보이고 규모가 제법 된다.
또 하나의 풍경은 집인데, 그것도 요즘의 아파트나 빌라와는 확연히 다른 수십 년은 족히 된 구옥(舊屋)들이다. 좁은 골목길과 언덕배기에 붙어 있는 가옥들은 마치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없으면 안 되고 제각각 제몫을 해 내는 전선들 같다. 볼품은 없어도 엄연히 존재하고 생활하는 소시민들의 희로애락을 간직한 집들이 엮어내는 풍경은 아스라한 기억을 복원시킨다.
대학로 쪽으로 조금 내려오다 보면 낙산공원 전시관이 나오는데, 게서 옛날 청계천 판자촌과 낙산 일대가 개발되기 전의 산동네 사진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이 정말 저랬단 말인가 하는 오리지널 서울 풍경 중 하나이다. 비록 세기가 바뀌었다곤 해도 불과 수십 년 사이에 변해도 너무 변해버린 서울의 오래 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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