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일기
Posted 2019. 6.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어머님의 유품을 정리하던 아내가 까만색 두툼한 대학노트에 적어 내려간 어머님의 일기
한 부분을 읽어보라며 건네주었다. 우리집에 오시기 전 보광동 본가에 계실 때 한동안 일기를
쓰셨단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그 일부분을 보게 된 것이다. 60대셨던 1986년 11월부터
1991년까지 5년여간 매일은 아니고 며칠에 한 번씩 기록된 일기장엔 대략 하루에 두세
줄씩 간단한 일과가 적혀 있었다.
아내가 읽어보라고 권한 페이지엔 우리 부부가 결혼하던 87년 9월 하순 어느날 어머님의
간단한 소회가 기록돼 있었는데, 그날 어머니는 대체로 기분이 좋으셨던 모양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회에 다니지 않으셨는데, 자식의 교회 결혼예배가 흡족하셨고 뿌듯해 하셨던 걸 알 수
있었다. 8년 전에 먼저 돌아가신 아버님이 함께하시지 못한 것과 아직 결혼하지 않은 누이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마침 아프셔서 못 온 친척들에 대한 약간의 서운함^^을 빼곤 말이다.
일제시대였던 1930년대 초반에 초등교육만 받으셨던 어머님은 필체가 단정하고 표현도
좋으셨던 것 같다. 신문이나 TV를 보시다가도 한자나 영어 단어 가운데 모르는 게 나오면
물어보시곤 했는데, 아마도 내 지적 열정은 어머님께 물려 받은 것 같다. 조만간 시간을 내어
전체를 읽어볼 참인데, 어머님의 그 당시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듯 싶다. 근데, 설마 나에 대해 언짢아하시거나 안 좋게 쓰신 건 없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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