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공존
Posted 2023. 9.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에 다니다 보면 빽빽하게 심겨선지,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아선지, 병충해를 앓아선지 꺾이고 쓰러지고 베인 나무들이 눈에 띈다. 숲에서 존재 가치를 잃은 이런 나무들은 대부분 방치되면서 볼품 없게 마련인데, 개중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거나 합류해 풍경을 이루는 것들이 있다.
사람 키 높이로 잘려 죽은 나무 같지만 여전히 뿌리를 박고 있는 나무 위로 담쟁이 같은 덩쿨 식물들이 타고 올라 자리를 잡았다. 더 이상 가지나 잎을 맺지 못하는 나무를 대신하는 것 같은 이런 조합은, 그늘진 곳에서 많이 이루어지는데, 검단산에선 등산로 바로 옆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처 입은 나무가 새로 터전 잡기에 좋은 공간이라는 걸 담쟁이나 야생 버섯, 이끼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각각 따로 있었으면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공생과 공존이 둘을 살리고, 하나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오래 전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 가는 길(10/18/13)에서 이런 둘의 멋진 콜라보를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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