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감자탕의 부대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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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엘 가자, 짜장면을 먹자, 서울 가서 한 번 얼굴 보자는 말로 시작된 KOSTANZ(뉴질랜드 코스타) 2010 강사 애프터가 서울역 건너편 진진바라에서 있었다. 원래는 코스타 국제본부가 있는 방배동 근처 사당동에서 모이려 했지만, 웬만한 음식점은 연말 송년모임 회식 등으로 온통 예약이 꽉차 있는 통에 서울역까지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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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토루아의 마오리 민속촌을 걷다가 반가운 팻말을 만났다. P.E.D.E.S.T.R.I.A.N.S.^^ 유황 간헐천을 구경하는 길에 위험방지 목적으로 보행로로만 다니라는 푯말인데, 블로그 대문 사진으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벤더가 피어 있고, 펀(Fern)이 흐드러진 숲길을 걷는 색다른 즐거움도 누렸다. 개인 여행을 왔다면 하루 이틀 정도는 좀 더 울창한 숲이나 산을 찾아 반나절 트레킹에 나섰을 것이다. 뉴질랜드는 피데스트리언들의 천국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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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디자인을 모르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엔 업무 영역이 서로 확연히 구분돼 있어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전유물로 여겼지만, 요즘은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디자인 감각이 필요해졌다. 비록 디자이너들처럼 디자인 스킬을 구사하진 못한다 하더라도 디자인을 보는 눈이랄까 감각은 갖출수록 좋은 시대가 된 것이다.
학교 건물 안내판도 차분하고 세련된 폰트로 우선 찾기 쉽게 돼 있다. 누구나 쉽게 찾아보게 하기 위해 얼마나 연구하고 이런저런 시안을 만들어 본 끝에 이런 완성작이 나왔을지 조금 짐작이 된다.
단과대학 건물과 대학 시설 벽에 장식된 로고도 크게 화려하진 않지만, 특성을 잘 살렸다.
학생회관으로 보이는 건물엔 여러 시설과 샵이 입주해 있는데, 인쇄소와 약국 안내판도 단순 명확해 보인다. 관광을 중시하는 나라답게 대학에도 여행사가 들어와 있다. 여행사의 로고는 확실히 조금 화려한 편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졸업후 직장을 구하는 일은 우리나 그네들이나 공통된 주요 관심사이다. 직업 안내소 입간판은 조금 역동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학생조합은 무슨 명함같이 보수적인 디자인을 사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학생회관 건물 1층 넓은 자리엔 봉고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한쪽으로는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입지 좋은 곳에서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가 학생들과 교수들,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있다.
카페 간판도 신선했지만, 대표 메뉴로 호객하는 입간판들의 손글씨도 뭔가 세일하는 느낌을 주면서 손님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점심 도시락과 스시도 팔고, 아보카도와 베이컨에 토마토를 곁들인 13불 짜리 베이글은 학생들에겐 조금 센 가격이지만, 맛은 있겠다.
근데, 전세계 어디서나 코카콜라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구나. 피할 수 없으면, 엔조이해야겠군.^^ 마신 병은 돌려달라는 환경재생 캠페인이 깜찍해 코카콜라의 화려한 상술을 눈감아 주기로 했다.
해밀턴 시내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버스가 학교 구내를 다니고 있었다. 처음 와 본 곳이고, 순서를 맡은 대회만 아니었으면 저런 버스도 슬쩍 한 번 타고 두어 시간 다녀오는 건데.. 노선 중엔 무슨 아울렛 간다는 버스도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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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 민속촌을 구경하기 전에 점심시간이 되어 전통음식인 항이(Hangi)를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았다. 버터와 빵에 발라먹는 쨈도 아니고 살사 쏘스 비슷한 게 놓여 있었다. 뉴질랜드는 빵도 맛있지만, 버터가 괜찮았다. 한국에선 버터 한 조각이면 두 사람은 먹을 텐데, 맘껏 발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항이가 나왔다. 스테이크 한 조각에 옥수수, 호박, 감자와 야채 샐러드가 곁들여 나왔다. 뜨겁게 달군 돌화덕 위에 몇 시간이고 푹 구워 먹던 고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식사 후에 민속촌을 거닐다 보면 옛날 마오리들의 가옥과 생활 터전을 재현해 놓았는데, 거기서 예전에 항이를 만들던 화덕을 볼 수 있었다.
레스토랑 벽엔 마오리 조상들의 역사와 생활상을 그린 그림들이 대어섯 점 붙어 있어 그네들의 아픈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버터와 함께 이 집 커피 맛이 괜찮았다. 숏 블랙, 롱 블랙, 플랫 화이트, 모카치노 등 한국에선 흔히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아래는 이네들이 즐겨 마시는 플랫 화이트다. 한 잔은 누가 갖다 줘서, 또 한 잔은 직접 눌러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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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zine 1월호에 실린 글이다. 새해가 되려면 아직 3주가 남았지만 95년 <복음과상황> 시절부터 월간지 편집과 살림을 하다 보니 늘 한 달 앞서 살아가게 된다. 요즘 내가 읽고 쓰는 소재엔 부쩍 교회 관련 이야기들이 늘었다. 어쩌겠는가. 몸이 서 있는 곳이 그러하거늘,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들이 조금 거기에 치우치게 된다. 중간에도 나오지만 얀시의 다른 새 책도 읽을 만하다.
출판과 행정이 주업무라 보통 때는 사무실을 지키는 일이 많은데 작년 하반기엔 나들이가 잦았다. 7월 미국 코스타, 10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21년 만에 열린 로잔대회, 그리고 11월 뉴질랜드 코스타에 다녀왔다.
긴 출장은 몸은 피곤하긴 해도 영혼은 고양되는 법. 특히 오고가는 10시간이 넘는 비행기에서 하는 독서는 노곤한 가운데서도 쏙쏙 들어와 영혼의 만족을 누리게 한다. 마침 필립 얀시(Philip Yancey) 책이 배달돼 와 주저 없이 가져갔다. 얀시라면 여행의 동반자로 충분하지.
이번에 나온 책은 처음 번역된 책은 아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전에 낸 책을 정식으로 판권을 얻어 문고판 양장본으로 새로 번역해 냈다. 제목은 살리고, 출판사와 번역자 그리고 책 크기와 표지 모두 바꿔냈다. 한 눈에 봐도 예뻐 보여 갖고 싶게 만든다. 사 둬도 좋고, 선물하기도 괜찮은 책이다. 홍성사에서 요 몇 년간 C. S. 루이스의 책을 정식 계약해 좋은 번역과 디자인으로 독자들을 섬기고 있는 것처럼, IVP도 이번에 좋은 일을 했다.
얀시의 책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여행 가방에 넣은 것은 작고 얇아 여행에 딱 어울리기 때문.^^ 문고판이라 한 손에 잡고 볼 수 있고, 120면이 채 안 돼 제목과는 달리 별다른 무게감이 안 느껴진다. 대신 읽는 내내 생각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또 다른 무게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 예사 책은 아니다.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Church: Why Bother?, 원서 출간은 1998년)은 백 페이지 조금 넘고 세 챕터밖에 안 되지만, 여느 두꺼운 교회론 책 못지않게 교회 문제로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간과해서는 안 될 실제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나의 교회 방랑기’ 같은 흥미진진한 1장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경험담을 기술하면서 현실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교회를 진지하게 그리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얀시 특유의 글솜씨와 접근법은 웬만한 목회자들은 저리가라다.
대표작이고 널리 읽힌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What's So Amazing about Grace, IVP, 1997)에서처럼 얀시는 결국 교회에 대한 고민도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새롭게 인식하는 데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는 최신작 『필립 얀시,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What Good is God, 청림출판, 2010)에서도 줄기차게 은혜를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옳다! 은혜가 아니면, 은혜가 없이는 신비로움과 어수선함이 대등하게 공존하는(유진 피터슨의 표현이다) 교회 문제에 대한 그 깊고 난감한 고민과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겠는가.
나는 얀시야말로 현대 작가들 가운데 가장 은혜에 천착(穿鑿)하는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감히 그의 이름을 은혜 얀시(Grace Yancey)로 바꿔 불러본다. 그를 만난 적은 없지만, 이방인 팬의 치기(稚氣)를 너그러이 이해해 주지 않을까.^^
그런데 왜 얀시인가? 은혜를 힘줘 말하고 약방의 감초마냥 갖다 쓰는 사람들이 넘치는데. 얀시의 책은 기성 교회가 지닌 상투성을 예리한 문제 의식과 역동적인 필치로 파헤쳐 대안을 모색하는 힘과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의 신앙 순례 여정에서 그와 교회 사이를 가로막은 장벽은 위선과 문화적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교회 회의론자에서 옹호론자로, 구경꾼에서 참여자로 바뀌었을까? 중간에 기대치를 낮추거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익숙해진 것일까? 우리 식으로 성령을 받아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아니다. 시간이 가면서 교회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를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13년 동안 다닌 시카고 도심의 라살 스트리트 교회(Lasalle Street Church)에서 교회를 대할 때 위를 올려다보고, 주위를 둘러보고, 밖을 내다보고, 안을 들여다보는 4중의 새로운 시각을 배운 것이다. 큐티 체조도 아니고, 이게 각각 뭘 의미하는 건지 궁금하다면 책을 펴서 읽으라.
2장은 교회에 대한 가장 탁월한 은유인 그리스도의 몸에 대해서, 3장은 역설적이게도 고통에 대한 과민성을 길러 주는 교회에 대해 쓰여졌다. 얀시는 교회에서 상처 입은 치유자로 사는 우리가 탈진의 조기 증상을 알아채도록 네 가지 위험 신호 점검표를 보너스로 선물한다. 제목만 봐선 알 듯 모를 듯한데, 책을 펴서 읽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1. 나는 사람 자신보다 사람의 고통에 더 관심을 쏟는가?
2. 주변에 내 일을 가치 있게 여기는 공동체가 있는가?
3. 나는 하나님과 삶을 혼동하고 있는가?
4. 나는 누구를 위하여 일하고 있는가?
독서에 대한 강의를 하다 보면 마지막에 꼭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알겠으니, 딱 한 권만 혹은 저자 한 사람만 찝어 달라는 것. 기껏 균형 잡힌 독서를 얘기했는데 조금 어처구니없고 난감하긴 하지만, 그래도 없는 시간 없던 관심 내서 책 읽겠다는 게 기특해서 전에는 존 스토트를, 요즘은 유진 피터슨을 많이 추천하는데, 좀 더 실용적이고 읽는 재미를 맛보려는 이들에겐 필립 얀시가 딱이다. 목회자가 아닌 저널리스트의 글은 소재와 글발이 조금 색다른 읽는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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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하면 가 보지 않은 이들도 단박에 떠올리는 게 마오리(Maori) 원주민일 것이다.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Aborigine)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이름이다. 아름다운 사랑 노래 <연가> 때문이기도 하고, 럭비 하기 전에 혀를 쑥 내밀며 무서운 표정 짓는 세레모니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전봇대 같은 나무기둥에 날렵한 날개 같기도 하고, 배를 젓는 노 같기도 한 이정표가 눈길을 끈다. 멋있어 보여 체면 불구하고 인증샷 시도.^^ 키가 저 정도만 돼도 좋았겠다.
마스크 같은 얼굴 부위가 강조된 다양한 토템이 상징물처럼 중간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컬러나 문양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을 텐데, 점심 때가 조금 지나서인지 자세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긴 단어일 듯 싶은 마오리 말인데, 그냥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된다고 한다. 테 와카레와레와탕가오테오페타우아아와히아오. 맞는지 모르겠는데 심심하면 한 번 발음해 보시라.^^ 와히아오 부족의 집단 거주지였던듯.
마오리들이 살던 집과 살림, 마을을 작게 복원해 놨다. 처음에는 고기를 잡아 먹고 버렸을 텐데, 저렇게 말려 먹는 보존 기술을 체득한 것 같다. 그래서 뉴질랜드가 치즈의 왕국이 된 건가?^^
조금 올라가 보니, 한 시간에 두세 번 뿜어댄다는 유황 간헐천이 나온다. 높이 솟구칠 때면 물기둥이 15미터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것도 복불복인 게, 분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높이 솟구치는 장관을 구경하지 못하거나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땐 마침 어느 정도 솟구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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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신나는 팜 투어를 마치고 점심 때가 되어 마오리 전통 음식을 먹으러 가는 길에 있어 그야말로 사진 찍기 위해 잠깐 들린 곳이 있는데, 이전엔 주정부 청사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박물관이 된 건물터였다.
잔디밭만 있으면 심심할까봐 한쪽으로 예쁜 꽃들을 심어놨다. 잔디와 꽃밭, 하늘과 구름이 한데 어울리는 게 마치 파트별로 조화를 잘 이룬 합창이라도 듣는 기분이었다. 짧지만 정말 멋진 순간을 누렸다.
박물관 앞 넓은 잔디 운동장 옆으로 나즈막하지만, 있어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Blue Baths란 뉴질랜드 최초의 공중목욕탕이었다. 1930년대에 오픈했다고 얼핏 본 것 같다.
잔디밭은 굉장히 공들여 관리하는 듯 무척 매끄럽고 짧은 잔디 경기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모자부터 셔츠와 바지에 운동화까지 하얀색으로 우아하게 멋을 낸 할머니들이 잔디에서 하는 볼링 경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부러운 노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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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토루아 유황 호수 산책을 마치고 토요일 오전엔 뉴질랜드 여행의 18번 격인 팜 투어(Farm Tour)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코스타를 끝내고 노천 온천을 간다길래 지친 강사들을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게 하는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대형 트랙터 뒷칸에 앉은 우리를 처음 맞아 준 녀석들은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청정 소들. 광우병 난리 이후 한국엔 지금까지 호주산 쇠고기들이 인기인데, 뉴질랜드 쇠고기도 그 못지 않게 맛있다고 하는데, 드넓은 목초지에서 맘껏 다니며 풀을 뜯어 먹기 때문이란다. 웃기는 얘기는, 뉴질랜드에선 맥도날드 패티도 뉴질랜드산을 써서 맛있다나.
타조도 여러 마리 봤고,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웃기게 생긴 녀석들과도 먹이를 주며 어울려 놀았다. 동물 매니아인 로즈매리가 왔으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포비아까진 아니어도 이런 데 별 관심없고 재미 못 느끼는 나도 정작 가까이에서 보니까 신기하긴 했다.
중간에 키위 농장이 넓직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가이드의 말로는 이 넓은 농장을 달랑 두 사람이 농사 짓는다고 한다. 잠시 쉬면서 꿀도 맛 보게 하고, 키위로 만든 와인과 쥬스를 시음하게 했는데, 그거 맛이 괜찮더군.
한국인 가이드의 재치 있는 입담과 함께 농장을 한 바퀴 돌며 콧바람을 쐰 다음엔 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20여종의 양을 일일이 소개받았다. 한 번에 두 종씩 등장시키면서 모양과 특성, 용도 등을 소개했다. 식용으로 쓰는 양은 머리쪽이 검다든지, 양털 중에 최고로 치는 건 메리노라든지 하는 것을 처음 배웠다. 메리노 울로 유명한 양은 그래서 그런지 품위 있게 생겨 보였다.
그 다음엔 양털 깎기 시범이 있었다. 희한한 것은, 숙련된 목동이 털을 깎으려고 양을 잡으면 양이 순순히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다. 털 깎는 기계를 이용해 숙련공은 하루에 수백 마리의 양털을 깎는다고 한다.
즉석에서 깎은 털을 관객들에게 만져보라고 던져 주는데, 기름끼가 느껴졌다. 그 다음엔 괜객들이 참여하는 몇 가지 재미있는 순서들이 이어졌다. 우유 빨리 먹기 시합 한다고 불러내선 새끼양한테 우유 빨리 먹이기로 바꿔 폭소를 자아냈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양치기 개 시범 쇼가 벌어지고 있었다. 양도 양이지만 훈련 받은 개들이 이리저리 양을 몰아대자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무척 좋아들 했다. 우리를 위해서인지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농장 투어도 다양한 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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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 유황 온천인 폴리네시안 스파(Polynesian Pools)에서 한밤중에 특별한 온천욕을 즐겼다. 너무 늦게 가서 폐장시간까진 한 시간 남짓 남았지만, 그 정도로도 남반구의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온천욕 즐기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딱 한 가지만 빼놓고.
우연히 들어선 길인데, 귀국해 검색해 보니 테 아리키로아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유황(Sulphur) 증기 지대로 뉴질랜드의 10대 탐조지 중 하나로 꼽을 만큼 많은 새를 구경하는 포인트였다. 와우~ 내가 이런 행운을 맛봤다니! 진짜 새가 많았다.
유황을 분출하는 풍경은 멀리 봐도 가까이 봐도 신기했다. 내가 밟고 서 있는 땅이 계속 끓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하늘의 구름과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오래 전에 마오리족은 유황 온천과 진흙탕을 음식을 해 먹거나 목욕물로 이용했단다. 유황천으로 인해 나무나 식물이 자라지 못할 것 같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거뜬히 공존하는 끈질긴 생명력은 경이로웠다. 사진도 찍을 겸 거수 경례를 붙여봤다.^^
고사목은 그 자체로도 멋있다. 어떤 나무는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을 지낸다고 하는데, 이 친구들이 그러지 싶었다. 냄새는 진했지만 물 색깔은 뿌옇고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걷다가 팜 투어(Farm Tour)가 예약돼 있어 아쉽지만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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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눈발이 조금 내리는 듯 싶더니 지금은 소강 상태다. 오후 늦게 제법 눈이 온다고 하는데, 찌뿌듯한 날씨가 불현듯 뉴질랜드에서 먹었던 사슴 전골 생각이 나게 한다.
뉴질랜드는 관광지도 저녁 이후엔 한산하다. 아렇다 할 나이트 라이프(Night Life)가 없기 때문이다, 놀기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한국 사람들에겐 답답할 수 있지만, 나같은 스타일엔 딱 어울리는 동네다. 우리 사람, 이런 한적한 분위기 의외로 좋아한다.
카페 인테리어도 나름 독특했다. 뭔가 활기차 보이고, 스토리가 많은 분위기다. 서브하는 언니들도 날씬과 통통의 대조가 완연했다. 칠판에 백묵으로 말풍선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는데, 자세히 안 봐도 한마디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 Seize the Day)하자고 권하는 분위기다. 말풍선 하나는 스트레스 받을 때 자기네 디저트 하면서 성질 죽이라고 점잖게 권하고 있다.
예상대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의 양이 장난 아니게 나왔다. 게다가 달기도 무지 달다. 이런 거 사람수대로 시켰다간 돈도 돈이지만, 절반 이상 손도 못 대고 나와야 한다. 이럴 땐 한두 개 시켜본 다음에 나오는 거 보고 다시 주문하는 게 장땡인데, 약간 업 된 분위기에서 이런 칼계산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반쯤 남겨 싸 갖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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